대상을 보는 것은 곧 마음을 보는 것이다.

 반야 육백(六百)부를 오만(五萬)여 글자로 요약(要約)한 경이 금강반야바라밀경이고, 이 경을 이백육십자로 줄인 경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며, 팔만사천대장경을 네 글귀 사구게(四句偈)로 나타내면 마하반야 바라밀다이고, 대장경을 한 글자로 나타내면 마음 심(心)이 됩니다.
 부처님이 우리들에게 49년간 팔만사천법문을 하신 것은, 우리들의 모든 고통을 소멸시켜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태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과 자연재해(自然災害)와 일반재해 그리고 우리들의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헤아릴 수 없는 일체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여 주시기 위함입니다.
 지구상의 대다수 종교가 부활을 주장하며 사후에 천상이나 파라다이스(낙원)에 태어나 자신이 지은 선행과 교리에 대한 순종 및 복종의 경중(輕重)에 따라 유일신(唯一神)이나 주재신(主宰神)에 의해 복과 안락을 얻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는 이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부처님과 깨달음이 깊은 조사(祖師) 스님들의 말씀에 의하면 이 마음을 깨달아서 싫어하고 좋아하는 모든 분별망념을 여의게 되면, 지금 이 마음을 깨달은 부처가 되어 스스로 모든 공덕의 주재자가 되고 일체 고통과 재앙을 벗어난 대자유인(大自由人)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설하신 팔만사천대장경은 우리들이 팔만사천 분별망념을 여의는 방법과 팔만사천 분별망념을 여읠 때, 우리들이 참되게 얻는 팔만사천 공덕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팔만사천법문은 이 마음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팔만사천방편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팔만사천법문이 곧 팔만사천방편이고, 팔만사천방편이 곧 팔만사천법문입니다.
 부처님은 우리들의 마음을 깨치게 하고자 팔만사천법문을 하셨습니다. 지금 팔만사천법문을 하는 것이 곧 이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부처가 말하는 마음이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마음이 말을 하고, 말하는 것이 마음이며, 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팔만사천법문과 방편이 곧 이 마음인 것입니다.
 직지인심(直指人心)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서 견성성불(見性成佛), 성품 즉 마음을 보아 부처를 이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직지인심에 대해서, 달과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로 구분하여 막상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고 잘못 해석하여 마음 달과 손가락을 둘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 달과 손가락이 둘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만약 지금 내가 손가락을 들어 무엇을 가리킨다면 이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이 마음이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마음은 마음 자체만으로는 마음이 아니며, 손가락과 관계지워질 때에만  마음일 수 있습니다. 손가락 또한 그 자신 만으로는 손가락일 수 없으며, 마음과 관계지워질 때에만 손가락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달이 곧 손가락이고, 손가락이 곧 달이기 때문에 마음이 가리키고, 가리키는 것이 마음이고, 마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역대 조사 스님들은 이와 같은 도리(道理)를 알려주기 위해서 손가락과 불자를 세우거나, 또는 할(喝)과 같이 고함을 지르고, 몽둥이로 내려치고, 발로 걷어차는 등 수많은 방편을 보였는데, 이 모두가 마음과 마음의 작용임을 깨닫게 하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