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나의 깨달음이 있는 금강경-서언(序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깨달음을 이루시기 전, 인도 카필라국의 왕자로 계실 때 여름에는 여름 궁전, 겨울에는 겨울 궁전에서 지내는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하셨습니다. 특히 훗날 왕위에 오를 때는 일국(一國)을 다스리는 왕에서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정복하여 통치하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자리에 오르실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 세상과 삶은 모두 허물어지고, 삶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이 몸(肉身)과 추구하는 행복, 우리들이 일궈낸 모든 창조물들을 비롯하여 산과 강, 지구, 태양, 우주의 별들은 저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모두 무너지고 사라진다는 진실을 알고 계셨으며, 또한 이 지구상에서 우리들의 삶에 고통의 원인이 되는 생노병사(生老病死), 자연재해(自然災害)와 일반재해,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가난, 죄(罪) 등등 불행으로 대변(代辯)되는 티끌수와 같은 고통에서 우리들은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수십 조(兆)의 재물을 지니고 있고, 육신의 질병을 치유하는 대규모 병원을 소유하고 있지만, 모든 재물과 첨단의료시설과 의료진 그리고 그의 모든 지식(知識)과 사회적 명예가 지금 죽음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이건희 회장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은 모든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시고자 출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설산에서 하루에 쌀 몇 톨만을 드시면서 피골이 상접하는 치열하고 혹독한 6년의 고행을 하셨는데, 이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허망한 세월동안 익히고 쌓아온 습관의 업장을 소멸하기 위한 것입니다.
마침내 부처님께서는 납일(臘日) 새벽에 명성(明星)을 보시고 대각(大覺)을 이루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별을 보시고 큰 깨달음을 이루셨다는 것은, 곧 우주(宇宙)의 도리를 깨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부처란 붇다(Buddha) 즉 깨달은 사람이란 뜻인데 무엇을 깨달은 것인가? 깨달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 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우주가 곧 이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마음이 곧 부처이고, 부처가 곧 이 마음인 것입니다.
우주는 스스로 자신이 우주일 수 없고, 수많은 별들로 인(因)할 때 우주일 수 있으므로 우주는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별들 또한 스스로 자신이 별들일 수 없고, 우주와 관계 지워질 때에만 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별들 또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우주와 별들은 없는 것인가? 우주로 인하여 별들이 있으므로 우주는 없는 것도 아니고, 별들로 인하여 우주가 있으므로 별들 또한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주와 별들은 따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융통(融通) 융합(融合)하여 있는 것입니다.
마음은 자신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뜻도 느낌도 없으며, 색(色: 물질)으로 인하여 의미와 뜻과 느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색 또한 색 자신만으로는 아무런 의미와 뜻과 느낌이 있을 수 없으며, 마음으로 의미와 뜻과 느낌의 색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에도 “색(色)을 보는 것은 곧 마음을 보는 것이다”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 마음을 깨달은 후 우주세계를 돌아보시고 처음 말씀하였습니다.
“일체중생이 모두 여래와 같은 지혜와 덕성이 있건마는 분별망념으로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진원스님
보현사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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