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세계가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우주세계이다.
      
 우리들이 지금 이 순간 보고 듣고 말하고 움직이고 느끼고 아는 것은 모두 이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 지금 이것은 우주이다 하고, 저것은 별이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주가 곧 이 마음이고, 별들이 곧 이 마음이므로 우주와 별들은 한마음으로 융통 융합하는 것입니다. 이 마음을 다른 말로 표현하여 성품, 생명, 자연이라 하고, 불교 용어로는 불성, 부처, 여래, 공(반야), 지혜(바라밀), 해탈, 열반 등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삼아승지겁(三阿僧祗劫)의 백천(百千)이나 되는 이름은 모두 이 마음의 다른 이름 즉 별칭인 것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우주의 일체 존재들은 티끌 하나라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융통 융합하며 존재합니다.
 비유를 든다면, 지구 또한 스스로 자신이 지구일 수 없고 지구에 있는 강과 바다, 산과 모든 동식물, 사람 등으로 인하여 지구일 수 있으며, 강과 바다, 산과 모든 동식물(動植物) 등은 스스로 자신일 수 없고, 지구로 인하여 자신일 수 있으므로 지구와 지구에 있는 강과 바다, 산 등은 서로 융통하는 것입니다.
 바다와 바다를 이루는 수많은 강, 산과 산에 있는 모든 동식물, 한그루 나무와 그 나무의 뿌리, 줄기, 잎사귀, 열매와 사람의 몸과 그 몸에 있는 오장육부, 눈, 귀, 피부, 뼈, 하나의 티끌과 그 티끌 속에 있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세포와 원소, 원자, 커크, 힉스 등 일체는 스스로 자신이 있을 수 없고 자신이 스스로 없을 수도 없기 때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일체는 서로 융합하여 있을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일체중생이 “여래와 같은 지혜와 덕성이 있건마는 분별망념으로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 하신 것도 일체중생이 그대로 이 마음의 여래이고 부처이건만 중생은 이 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주와 별들이 따로 있고, 너와 내가 둘이며, 선과 악, 생과 사, 옳고(是) 그름(非), 더러움과 깨끗함, 취함과 버림, 싫어함과 좋아함 등 일체를 둘로 나누는 분별망념으로 인하여 본래 우주가 융합하는 한마음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불행으로 대변(代辨)되는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반야심경에서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5온(蘊)의 색, 수, 상, 행, 식이 모두 공(空)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괴로움과 재앙을 건넜다고 하였는데, 5온이 공한 것을 비춰 보았다 함은, 5온이 없어져서 공(空)한 것이 아니라 5온이 서로 융합하는 한마음인 것을 바르게 보아서 모든 괴로움과 재앙에서 벗어났다는 뜻입니다.
 색(色:물질)은 눈, 귀, 코, 혀, 몸으로 5근(根)이라고 하고, 수(受)는 물질(모양), 소리, 향기, 맛, 촉감으로 5진(塵)이라고 하며, 상(想)은 5근과 5진의 접촉하는 의미와 뜻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눈이 물질인 모양을 볼 때 그 모양이 있다 없다, 크다 작다, 예쁘다 밉다 하는 분별작용입니다. 나머지 귀와 소리, 코와 향기, 혀와 맛, 몸과 감촉도 이와 같습니다. (想)이 거친 분별작용이라면 행(行)은 미세한 분별작용으로 상이 지닌 의미와 뜻에 대해서 어리석고 탐하고 화를 내고 싫어하고 좋아하는 등의 미세한 분별작용이며, 끝으로 식(識)은 색, 수, 상, 행의 모든 분별작용을 기억(記憶) 속에 저장하는 작용입니다.
 그러므로 5근과 5진, 의미와 뜻의 상(想), 싫어하고 좋아하는 느낌의 행(行)과 식(識)의 모든 작용이 곧 이 마음의 작용임을 바르게 본다면 모든 고통과 재앙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진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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