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가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업보다.

 과학은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화이트홀과 블랙홀로 주장하며, 150억 년 전 하나의 티끌이 빅뱅하여 지금의 우주가 성립되었으며, 40억 년 전 지구의 바다에 출현한 단세포 생물이 오늘의 인류로 진화했다고 말합니다.
 불교는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우주가 생성되는 성겁(成劫)과 우주에 모든 중생들이 존재하는 주겁(住劫),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파괴되는 괴겁(壞劫), 모든 존재가 영(零)이 되어 텅텅 비어버린 공겁(空劫)의 사겁(四劫)이 되풀이하여 영겁토록 순환되며, 이 지구에 인류의 출현에 대해서는 광음천(光音天) 이상의 천계에 머물고 있던 중생들의 분별망념의 공유업력(共有業力)이 인류출현의 원인이라고 하였습니다.
 경전에 나와 있는 말씀을 살펴봅니다. 성겁 초기에 분별망념은 다하지 못하고, 복은 다한 광음천의 중생들이 망념의 호기심을 일으켜서 새로 생긴 땅으로 내려옵니다. 복이 다하면 복을 모릅니다. 그래서 광음천의 복을 모르기 때문에 사바세계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복이 없는 사람은 불법을 닦으라고 해도 닦지 못하는 것도 같은 경우입니다. 새로운 땅에 내려온 광음천의 중생들은 본래 광명인(光名人)이므로 물질적인 음식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나 망념의 호기심으로 처음에는 땅거죽에 있는 지미(地味)를 찍어 먹습니다. 그 맛을 좋아하여 집착하니 지미가 사라지고, 다음에는 떡 같은 지피병(地皮餠)이 스스로 나와서 인간들을 양육하고, 또한 더욱 욕심을 내어 집착하면 지피병도 숨어버리고 점차 물질적 농도가 점점 강한 임등(林藤)과 향기가 나는 벼와 같은 향도(香稻)가 자생적으로 나오는데 중생들이 욕심을 내어 섭취를 합니다.
 이와 같이 배를 채우며 먹는 것이 이제 습관이 되어 먹지 않으면 배가 허출하여 더욱 먹게 됩니다. 물질을 섭취하면 물질화 되어 물질이 될 뿐입니다. 광음천의 중생들은 본래 광음신(光音身)을 지녀서 신통자재 하지만 물질을 먹고 오염되어 신통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슬프게 부르짖으며 탄식을 합니다. “우리들은 액난을 만나 궁해서 다시는 천상에 올라 갈 수가 없구나” 하며 한탄하지만 이제 물질로 오염된 몸으로는 더 이상 광음천에 올라갈 수 없으니 때늦은 후회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금단(禁斷)의 열매를 먹고 낙원에서 쫒겨난 후에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땅을 개간하여 곡식을 심어 먹었다는 설도 이와 같은 뜻입니다. 뱀의 꼬임은 망념의 호기심이고, 먹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열매를 먹는 것은 좋아하는 분별망념이며, 물질의 열매를 먹고 물질화 된 몸을 보고 부끄러운 마음에 나뭇잎으로 몸을 감춘 것은 싫어하는 분별입니다. 또한 물질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곡식을 심어 물질을 계속 먹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이 땅에 생겨난 유정(有情)이 최후에 무간지옥에 한 사람이 생기는 것으로 우주와 유정의 세계가 완전히 성립된다고 합니다.
 성겁, 주겁, 괴겁, 공겁과 화이트홀, 블랙홀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영원토록 순환하며 진화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습관의 업보는, 싫어하고 좋아하는 등의 분별망념이 만들어낸 업보이므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망한 것입니다. 따라서 기도, 화두, 염불이 일념(一念)이 되어 분별망념이 없는 무심(無心)이 되는 것이 모든 업보를 소멸하는 것입니다. 업보가 있는 것이 아닌 진공(眞空)이 한마음의 성품이고, 한마음의 지혜가 없는 것도 아닌 묘유(妙有)가 업보입니다. 그러므로 업보와 이 마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업보가 곧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곧 업보입니다. 이와 같이 바르게 보고 아는 것이 이 마음을 깨닫는 것이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분별망념의 업보(業報)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