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분별망념의 실체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5온(蘊)이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모든 재앙과 고통을 건너 같다 함은, 태여 나고 병들고 늙고 죽는 생노병사의 고통과 자연재해(自然災害)와 일반재해,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가난, 죄(罪) 등의 고통과 이 세상에 있는 지위와 인과, 계급, 불평등과 부조리(不條理), 옳고 그름, 취함과 버림, 괴로움과 즐거움, 생과 사, 선과 악, 범부와 성현, 크고 작음, 예쁨과 미움, 싫어하고 좋아함 등 티끌 수와 같은 분별의 이분법(二分法)이 곧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곧 오온이고, 모든 재앙과 고통이며, 티끌 수와 같은 분별의 이분법이라는 것을 깨달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마하반야바라밀다의 바른 뜻을 바탕으로 위에서 언급한 모든 고통과 재앙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살펴봅니다. 먼저 생노병사(生老病死) 가운데 생(生)입니다.
 과학은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화이트홀과 블랙홀로 설명합니다. 부처님은 이를 세분하여 더욱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우주가 이루어지는 생성의 성겁(成劫)과 우주에 모든 중생들이 존재하는 주겁(住劫),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파괴되는 괴겁(壞劫), 모든 존재가 영(零)이 되어 텅텅 비어버린 공겁(空劫)의 사겁(四劫)이 되풀이하여 영겁토록 순환된다고 합니다.
 먼저 우주가 이루어지는 성겁(成劫)이 되기 전에 모두가 텅텅 비어버린 허공무일의 세계에서 중생들은 어느 곳에서 존재하고 있는가? 과학이 주장하는 150억 년 전 하나의 티끌이 빅뱅하기 전을 말하는데, 공겁(空劫)이 될 때까지 성불하지 못한 중생들은 각자 지은 행업(行業)에 따라 색계의 광음천(光音天) 이상으로 모두 올라가 버립니다. 광음천은 모든 것이 광명으로 해서 조금도 막힘이 없습니다. 누구와 말을 할 때도 마음만 먹으면 광명으로 서로 상통하여 마음으로 영통하며,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음식을 섭취하는 광명의 복이 뛰어난 곳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비록 광음천 이상의 천계에 있어도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별망념이 남아 있는 중생일 뿐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광음천의 과복이 다할 때는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별망념을 일으키는데, 이 망념의   공유업력(共有業力)이 동력(動力)이 되어 순수하고 맑은 우주의 기운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욕망의 기운이 바람이 되고 티끌이 되어 서로 결합하여 인연을 따라 우주가 성립된다고 합니다.
 근래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가뭄, 홍수, 폭우, 폭설, 초미세먼지 등 기상재해는 물론 식량부족 식수고갈의 모든 재해의 원인은 더욱 많이 먹고 더욱 잘 먹으며 더욱 편한 것이 우리들의 행복이라는 망령된 생각이 자연을 훼손하고 낭비한 과보(果報)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티끌의 빅뱅이란 싫어하고 좋아하는 티끌 같은 분별망념이 빅뱅한 것이고, 모든 재해는 우리들이 일으킨 분별망념의 과보인 것입니다.
 또한 과학에서 주장하는 우주의 에너지 장(場)이 진동에 따라 중성자, 양자, 전자 등의 소립자가 되고 소립자의 결합에 따라 산소, 수소 등의 원소가 이루어져서 물질계가 구성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래서 있음과 없음, 크고 작음, 싫어하고 좋아하는 등 중생의 분별망념에 의해서 이루어진 욕계, 색계, 무색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망한 그림자와 같은 세계로 중생들이 분별망념에 젖은 눈으로 조작(造作)하여 보고 있는 세계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