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無情)의 설법
다음은 관세음보살 염불입니다. 부처님은 법화경 관세음보살 보문품에서 말하였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중생이 여러 가지 고통을 받을 때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께서 즉시 그 음성을 듣고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한다. 고 하였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해치려는 생각으로 활활 타는 불구덩이에 떠밀어서 떨어뜨려도 관세음을 생각하고 크게 부르면 불구덩이가 변하여서 깨끗한 연못이 되고, 어떤 사람이 나라 법에 잘못 걸려 감옥 속에 갇혀 죽게 되도 관세음을 생각하고 크게 부르면 칼과 창이 조각조각 부서지고 손과 발을 묶은 형틀이 끊어져서 시원스레 풀려나며, 누가 저주와 독약으로 해치려 하여도, 검은 구름이 몰려와 천둥과 번개가 일며 우박과 폭우가 쏟아질 때도, 우리들이 어려운 액운을 만나 한량없는 괴로움을 발을 때라도 관세음을 생각하고 크게 부른 그 힘으로 일체의 고통이 소멸하여 편안하고 행복하게 구원 하신다 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진실로 관세음보살은 우리들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과 모든 재난의 고통을 모두 다 없애주시는 것일까?
관세음보살의 관세음(觀世音)은 세상의 소리를 본다는 뜻입니다.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인데 소리를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인가!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지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눈과 귀와 소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들의 미혹한 생각이며 분별심입니다. 그래서 돌멩이나 나무와 같은 무정(無情)의 설법을 눈으로 들은 동산 스님의 행적을 살펴봅니다.
과거 동산 스님께서 위산 선사를 참방하셨습니다. 방장실로 가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한 뒤 위산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지난번 소문을 들으니, 남양 혜충 국사께서는 무정(無情)도 설법을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깊은 뜻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위산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대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가?” “기억합니다.” “그럼 한 가지만 이야기해 보게.” “어떤 스님이 무엇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 하고 묻자 담벼락의 기와 부스러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어떤 스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담벼락과 기와 부스러기는 무정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도 설법을 한다는 말입니까?” “그대 스스로 듣지 못할 뿐이지. 그러니 듣는 이들에게 방해가 되서는 안 되네.” ’어떤 사람이 듣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성인이 듣지.“ ”스님께서는 듣는지요.“ ”나는 듣지 못하네.“ ”스님께서는 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무정이 설법하는 줄 안다는 것입니까?“ ”내가 듣는다면 모든 성인과 같아져서 그대가 나의 설법을 듣지 못할 거네.“
담벼락의 기와 부스러기가 옛 부처의 마음이다 하면, 매우 어려운 말처럼 여겨지지만 실로 단순명료한 말입니다. 담벼락의 기와 부스러기인 무정의 물질도 이 마음이고, 옛 부처도 이 마음이므로 기와 부스러기와 부처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체가 오직 한마음으로 융합하는 도리를 모르고 부처의 마음은 특별하고 뛰어났을 것이라는 묻는 스님의 어리석은 생각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깨닫지 못한 스님은 무정(無情)인 담벼락의 기와 부스러기가 어떻게 설법을 할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혜충 국사가 부처는 특별하고 위대하지만 기와 부스러기는 보잘 것이 없다는 미혹한 분별을 하는 그대 스스로 듣지 못할 뿐이지, 그러니 듣는 이들에게 방해가 되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진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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