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는 오직 이 마음의 작용이다.

 임제 스님이 대우 선사께 하직하고 황벽 선사에게 돌아오니, 선사가 임제 스님을 보고 물었습니다. “이 놈이 왔다 갔다만 하는구나. 어떤 수행의 성취가 있었느냐?” “다만 스님의 간절한 노파심 때문입니다.” “어느 곳에서 오느냐.” “먼저 번에 일러주신 대로 대우 선사께 갔다 옵니다.” “대우가 어떤 말을 하던가.” 임제 스님이 그간의 일을 말씀드리자 황벽 선사가 말했습니다. “무엇이라고 이놈이 오면 기다렸다가 몽둥이로 스무 번 때려 주리라.” 그러자 임제 스님이 말했습니다. “기다릴 것 무엇 있습니까. 지금 곧 맞아 보십시오.” 하면서 황벽 선사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황벽 선사가 말했습니다. “이 미친놈이 여기 와서 호랑이 수염을 만지는 구나.” 그러자 임제 스님이 갑자기 고함을 치니 황벽 선사가 말했습니다. “시자야, 이 미친놈을 끌어내라.”
 대우 선사에게 갔다가 돌아온 임제 스님에게 이놈이 왔다 갔다만 하는구나. 어떤 수행의 성취가 있었느냐. 라고 물은 것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곧 이 마음이고 마음의 작용인데 이를 깨우쳤느냐 하고 묻자, 다만 스님의 간절한 가르침 덕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우 선사가 한 말을 전해 듣고 대우 선사가 오면 기다렸다가 몽둥이로 스무 번 때려주겠다는 황벽 선사의 뜻이 곧 이 마음의 작용임을 알고 있는 임제 스님은 기다릴 것 없이 이 마음을 지금 보십시오. 하며 선사의 뺨을 후려친 것입니다.
 “이 미친놈이 여기 와서 호랑이 수염을 만지는 구나.” 황벽 선사가 이 미친놈이라고 말한 것은,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별망념에 젖어있는 우리들은, 이 마음을 깨쳐서 싫어하고 좋아하는 등의 모든 분별망념을 여읜 선지식들의 정상적인 행위를 도리어 비정상적으로 보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또한 호랑이 수염은 아무나 만질 수 없습니다. 분별망념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병든 여우는 호랑이 수염을 감히 만질 수 없습니다. 동물의 왕 호랑이 수염은 같은 동굴에 있는 호랑이만이 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제 스님은 큰 고함으로 이를 긍정하였습니다.    ‘시자야, 이 미친놈을 끌어내라.’ 모든 분별망념에서 벗어난 출격장부, 대장부를 황벽 선사도 어쩔 도리가 없어서 시자의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그 후 임제 스님은 후배들을 제접 하면서 사람들이 앞에 어른거리기만 하면 고함을 쳤습니다. 그래서 임제 스님이 법 쓰는 것을 비유하여 우레 같이 고함친다(喝) 고 하였습니다.
 한편 덕산 선사는 후배들을 제접할 때 누구든지 보이기만 하면 가서 몽둥이(棒)로 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덕산 스님이 법 쓰는 것을 비유하여 ‘비 오듯이 몽둥이로 때린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때 덕산 선사는 거리에 말뚝을 박고 다음과 같은 글귀를 써 붙였습니다. “부처가 오면 부처를 치고 조사(祖師)가 오면 조사를 치리라!” 이것은 부처가 곧 이 마음이고 중생이 곧 이 마음이며, 스승도 곧 이 마음이고 제자도 곧 이 마음일 뿐이니 부처와 조사가 위대하고 뛰어날 것도 없고, 중생과 제자라고 해서 하열(下劣)하여 뛰어나지 못한 것도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그러나 만약 부처와 조사가 위대하고 뛰어나다고 분별한다면 그 분별하는 망령된 생각을 쳐서 없애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