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없는 것이 참된 욕망이다.

 지금 우리들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작용을 본성(本性) 또는 본심(本心)이라고 합니다. 이 마음은 허공과 그 나이가 같아서 설령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六道)를 끊임없이 윤회하며 각양각색의 형체로 태여 나도, 그 마음만은 결코 생겨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불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중생은 이 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분별망념(分別妄念)을 일으켜 갖가지 업을 지어 그 과보(果報)를 받게 되는데, 실제로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은 이 본심을 벗어난 티끌 같은 의심과 싫어하고 좋아하는 미혹한 망념의 과보가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은 싫어하는 불행은 버리고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고, 좋아하는 행복은 취하고 그것에서 머물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버리고자 하는 싫어하는 불행은, 행복으로 인하여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미혹하여 버리고자 하지만 본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재해와 일반재해, 생노병사,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가난, 죄(罪) 등등 불행으로 대변(代辯)되는 티끌수와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만 싫어해서 버리고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마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오직 싫어하는 불행을 버리고 벗어나려는 욕망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싫어하는 불행은 본래 았는 것이 아니므로 불행은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되풀이 하여 또 다시 생기지 않고, 일어나지 않는 불행이 참된 불행입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행복은 취하고 그곳에서 머물려고 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행복 또한 스스로 있지 못하고 싫어하는 불행으로 인하여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슬기롭지 못하여 취하려고 하지만 본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애착하는 이 몸(肉身)과 추구하는 행복, 우리들이 일궈낸 모든 창조물들을 비롯하여 산과 강, 지구, 태양, 우주의 별들이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다만 좋아해서 취하고 보존하려는 욕망의 마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오직 좋아하는 행복을 취하고 보존하려는 욕망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좋아하는 행복은 본래 없는 것이 아니므로 행복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다시는 허물어지거나 없어지지 않는 행복이 참된 행복입니다.
 싫어하는 불행과 좋아하는 행복은 따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인하여 있으므로 융통하여 있습니다. 싫어하는 불행과  좋아하는 행복이 서로 융합하여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참되게 빈 진공(眞空)이라 하고, 융합의 진공을 한마음의 성품이라 하며, 한마음의 작용이 없는 것도 아닌 묘하게 있는 묘유(妙有)가 싫어하는 불행과 좋아하는 행복인 것입니다.
 기도(祈禱)란 무엇인가? 기도는 빌고 또 빈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빌고 또 비는 것일까? 기도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 빌고 비는 것이 아니고,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별망념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마음가짐입니다.
 이와 같이 올바른 기도를 하여 우주와 내가 융통 융합하는 한마음의 성품을 이루게 되면, 싫어하는 불행이 곧 한마음이 되어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또한 좋아하는 행복도 그대로 한마음이 되어 무너지지 않으므로, 스스로 구족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집니다.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버리고 멀리할 수 있는 불행이 참된 불행이고,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구할 수 있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행복이 참된 행복이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불행과 행복입니다.

보현사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