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을 기리고 기량을 겨루다.
도산별과(陶山別科) 재현 기념행사 열려

 221년 전 음력 3월 25일, 정조 임금의 특명에 의해 실시됐던 '도산별과(陶山別科)'가 지난 4일 오전 10시 도산서원 앞마당 재현됐다.
 이날 행사는 퇴계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상덕사에서 정조임금께서 선생을 흠모하며 올린 제사를 본 딴 고유제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임금이 직접 출제한 시험문제를 밀봉한 어제통(御題筒)을 시험관에게 전달하는 의식인 파발행렬이 취타대를 앞세워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시험관을 맡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어제통에서 꺼낸 시험문제를 기둥에 내걸었고 도산별과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시험이 시작됐다. 이날 별과에는 전국각지에서 내로라하는 한시 전문가 90여명이 참가해 도포와 유건을 쓴 전통복장으로 시험을 치러 221년 전 도산별과의 진풍경을 그대로 재현했다.
 시제는 '春日遊陶山憶別試(춘일유도산억별시)', 압운은 天(천) 先(선) 筵(연) 賢(현) 傳(전)으로 각 시도의 원로 3명으로 구성된 시관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정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도산서원 앞마당에 마련된 돗자리에 줄을 지어 앉아 약 3시간에 걸쳐 시험을 치렀다.
 시험에 앞서 진행된 기념행사에는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권영세 안동시장, 김광림 국회의원, 김명호 도의원, 이재갑 시의원, 이동수 청년유도회중앙회장, 남병택 유도회경북본부장 등 내빈과 유림·한시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병일 원장은 "도산별과는 조선을 통틀어 유일한 지방 대과시험으로 오늘 행사를 통해 영남지역 학술의 중심 역할을 해왔던 도산서원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뜻이 널리 공유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세 시장은 "도산별과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서원이 지닌 인간 존엄의 정신과 생명존중의 가치를 잘 보여줌으로써 한국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축사를 전했다.
 大科(대과)시험으로 당시 조선 팔도(八道)에서 7천228명의 선비가 응시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