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것도 마음이고, 아픈 것도 마음이다.

 덕산 선사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일체의 문답(問答)을 하지 않겠다. 만일 문답을 하는 자가 있으면 삼십 방(三十棒)을 주리라!”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 스님이 선뜻 앞으로 나와 묵묵히 절을 하니 대뜸 그 스님의 어깨에 서른 대의 몽둥이가 날아들었습니다. “스님! 저는 한 마디의 말도 묻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삼십 방(三十棒)을 칩니까?” “도대체 너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느냐.” “동국에서 왔습니다.” “동국에서 떠나기 전에 자, 삼십 방!” 하며 또 삼십 방을 휘둘렀다고 합니다.
 문답을 하는 것도 이 마음이고, 문답을 하지 않는 것도 이 마음인데 이를 알지 못하고 만일 문답을 하는 자가 있다면 삼십 방을 쳐서 깨우쳐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뜻을 모르고 한 스님이 앞으로 나와 말없이 절을 하니 약속대로 그 뜻을 깨우쳐주고자 삼십 방을 내리친 것입니다. 서른 대의 몽둥이를 맞고도 이를 깨닫지 못한 스님이 저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는데 어찌 삼십 방을 칩니까? 라고 묻자, 도대체 너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느냐 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 마음을 깨우치지 못하면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동국에서 왔습니다. 라고 말하자 동국에서 떠나기 전에도 모르고 떠났으니 떠나기 전에 알지 못한 것도 맞으라고 또 삼십 방을 휘두른 것입니다.
 어느 때 덕산 선사가 대중에게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묻는 사람은 그르칠 것(過)이며, 묻지 않는 사람은 어긋날 것(背)이니 대중들은 어떻게 할 것인고.” 이때 한 중이 나와 절을 하니 느닷없이 몽둥이가 날았습니다. “저는 한 마디도 물은 바가 없는데 무슨 허물이 있어 방(棒)을 치십니까.” “너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려 무엇 하겠느냐!” 하며 또 한 대의 몽둥이가 날았다고 합니다.
 묻는 것은 스스로 있지 못하고 묻지 않는 것으로 인(因)하여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묻는 것은 없는 것인가? 묻는 것으로 인하여 묻지 않는 것이 있으므로 묻는 것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묻지 않는 것도 이와 같아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묻는 것과 묻지 않는 것은 서로 대립하지 않고 서로 융통 융합합니다. 또한 지금 묻는 것이 곧 이 마음이고, 지금 묻지 않는 것도 이 마음이기 때문에 한마음으로 융통 융합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지금 묻는다면 이는 틀린(過) 일이며, 그렇다고 해서 묻지 않는다면 이는 등(背)지는 일이 됩니다. 이와 같은 도리를 알지 못하는 한 중이 절을 하니 몽둥이를 날렸는데 이것은 지금 나와서 절을 하는 것도, 몽둥이를 날리는 것도 이 마음임을 깨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를 깨닫지 못한 스님이 ‘저는 한 마디도 물은 바가 없는데 무슨 허물이 있어 방(棒)을 치십니까.’ 하고 묻자 한 마디도 묻지 않는 것 또한 이 마음인데, ‘구태여 너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려 무엇 하겠느냐!’ 하며 또 한 대 몽둥이를 내리쳤습니다.
 임제 스님의 할과 덕산 선사의 방을 정리하여 봅니다. 임제 스님이 불법의 중요한 뜻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도 이 마음이고, 황벽 선사가 몽둥이로 때리는 것도 이 마음인 것을 깨닫지 못한 임제 스님은 황벽이 이렇게 간절한 자비심으로 너를 위해 철저하게 가르쳤다는 대우 선사의 말에 크게 깨닫고, 그 깨달음을 대우 선사의 옆구리를 세 번 쥐어박으며 쥐어박는 것도 이 마음이고, 얻어맞는 것도 이 마음임을 나타냈습니다. 덕산 선사의 몽둥이도 이와 같습니다. 선사가 몽둥이로 내리치는 것은, 오직 이 몽둥이를 얻어맞으면서 문득 모든 분별망념을 여의고 몽둥이로 때리는 것도 이 마음이고, 몽둥이를 맞고 아파하는 것도 이 마음임을 깨치라는 것으로 다른 뜻은 티끌만큼도 없습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