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된 생각이 없는 것이 바른 생각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다섯 가지 쌓임이 모두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과 재앙을 건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반야바라밀이 도대체 어떤 연유로 오온이 공하고 위에서 언급한 우리들의 모든 고통과 재앙을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인가!
 마하는 크다(大) 라는 뜻으로 심량(心量) 즉 이 마음이 크다는 뜻입니다. ‘반야’는 비었다는 뜻으로 비었기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공(空)이라고 하며 곧 이 마음을 말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반야이고, 비었으며,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을 공이라고 하는가? 그것은 오온과 모든 분별의 이분법과 일체의 고통과 재앙이 올바르지 않는 우리들의 삿된 생각이므로 있는 것이 아니고 비었으므로 공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오온에서 색(色)의 눈과 수(受)의 형상을 예를 든다면, 눈은 스스로 있지 못하고 보이는 형상으로 인하여 있으므로 있는 것이 아니고, 눈으로 인하여 형상이 있으므로 눈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모양 또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눈과 모양은 서로 융합 융통합니다. 지금 이것은 눈이다 하는 것이 마음이고, 저것은 모양이다 하는 것도 마음이며, 상(想)에서 크다 작다, 예쁘다 밉다 한는 것이 마음이고, 행(行)에서 탐하고 화를 내고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 또한 마음이며, 식(識)에서 모든 행위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것도 마음이므로 일체는 한마음으로 융합 융통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분별의 삿된 생각과 분별하지 않는 바른 생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분별의 삿된 생각이 없는 생각이 곧 바른 생각입니다. 그래서 삿된 생각이 없는 무념(無念)이 바른 생각이고, 삿된 마음이 없는 무심(無心)이 바른 마음입니다. 이와 같은 바른 생각과 마음을 ‘바라밀다’라 하고, 바라밀다가 모든 고통과 재앙을 건너가는 도피안(到彼岸)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일체를 분별하고 고통과 재앙을 알고 느끼는 것이 곧  마음이고, 오온과 모든 분별의 이분법과 일체의 고통과 재앙이 곧 이 마음이지만 우리들은 이 마음을 알지 못하고 분별하기 때문에 고통과 재앙에 떨어져 빠지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바르게 보아야 합니다. 오온과 모든 분별의 이분법과 일체의 고통과 재앙이 서로 융합하여 있는 것이 아닌 진공(眞空)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 묘유(妙有)가 곧 오온과 모든 분별의 이분법과 일체의 고통과 재앙입니다. 따라서 일체가 곧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곧 일체이며, 우주가 곧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곧 우주이므로 우주의 일체와 이 마음은 융통 융합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싫어하는 불행이 있다고 해서 버리고 벗어나려 하며, 좋아하는 행복은 없다고 해서 얻고 오래 머무르려고 합니다. 설령 지금 행복하다 하더라도 더 좋은 행복을 얻으려고 합니다. 우리들이 이와 같이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끝없이 일으키는 것은, 오직 이 마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이 마음이 싫어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싫어하고 좋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마음을 깨달아 알게 되면 물질(物質)이 마음인 것을 알고 또한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이 마음인줄 알게 됩니다.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이 곧 마음인줄 알면 싫어하고 좋아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싫어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것은 본래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싫어하는 것에서 참되게 벗어나는 길입니다. 좋아하는 것 또한 좋아하지 않으면 본래 없는 것이 아니므로 참되게 구족하여 충만합니다. 그러므로 싫어하고 좋아하는 욕망(慾望)이 서로 융합하여 욕망이 없는 것이 참된 욕망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