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물질이다.

 어느 과학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들이 슈퍼마켓에 들려 물건을 구입하고 신용카드를 제출하면 카드를 카드단말기에 넣고 위에서 아래로 쭉 내려 긋습니다. 그러면 카드단말기는 금액 등 모든 정보를 숫자로 변환하여 1, 2초 이내에 계산을 끝내는데, 이는 수천 명의 사람의 뇌가 처리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천 명의 뇌를 모을 수 있으며, 어째서 그와 같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느냐? 라고 했습니다. 그 과학자가 컴퓨터의 원리와 구조를 모르고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컴퓨터기기를 만들어 놓고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 저장능력 매우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왜 속도가 빠르고 많은 저장을 하는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가령 컴퓨터는 속도가 빠른데 왜 속도가 빠르냐고 묻는다면 0과 1의 숫자로 변환하기 때문에 빠르다고 할 때, 왜 숫자로 변환하면 빠르냐고 계속 질문을 던져 가면 끝내는 빠르기 때문에 빠르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무엇을 묻더라도 결과는 이와 같을 뿐입니다.
 그래서 물질이란 무엇인가? 하고 나뭇잎 하나를 과학이 살펴봅니다. 나뭇잎은 티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세포로 구성되었으며 세포는 원소, 원자, 쿼크, 힉스라는 소립자인데 힉스에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또한 알 수가 없어서, 어쩔 수가 없이 힉스를 신(神)의 입자라고 결론짓고 있을 뿐입니다.
 이 시대를 최첨단과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티끌 하나가 무엇인지 과학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물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근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 뇌(腦)가 희, 노, 애, 낙하고 논리적 사고와 의사결정을 하며, 모든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착각하여 뇌는 몸의 다른 부위 즉 오장육부와 눈, 귀, 코, 팔, 다리 등과 다르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같은 물질을 놓고 서로 다르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물질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질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왜 속도가 빠르고 많은 저장을 하는지 모르며, 지구가 회전하고 태양이 뜨겁다고 하면서 왜 지구는 회전하며 태양은 왜 뜨거운지 모르고 있습니다.
 6조 혜능 선사는 5조 홍인 선사의 법을 이어 받고 산속에서 15년간 몸을 감추고 있다가 이제 법을 펼칠 때가 되었음을 알고 산에서 내려와 법성사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 하고, 한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 하며 의론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 혜능 선사가 나서서 “말하기를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요” 하였더니 모여 있던 대중 모두가 놀랬습니다.
 컴퓨터는 스스로 자신이 빠르거나 많은 저장을 한다고 하지 않고, 지구는 스스로 자신이 회전한다고 하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 자신이 뜨겁다고 하지 않고, 바람과 깃발은 자신이 움직인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할 뿐입니다. 마음은 빠른 것이 오면 빠른 것을 받아주고, 느린 것이 오면 느린 것을 받아주며 뜨거운 것과 찬 것이 오면, 뜨거운 것과 찬 것을 받아주며 회전하는 것과 회전하지 않는 것이 오면, 회전하는 것과 회전하지 않는 것을 받아줍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있기 때문에 빠르고 느린 것이 있고, 뜨겁고 찬 것이 있으며, 회전하고 회전하지 않는 것이 있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과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물질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물질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차 산업의 인공지능시대는 마음과 물질을 따로 나누는 이원론(二元論)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