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기도와 수도(修道)

 우리들이 기도, 염불, 화두, 명상을 하는 것은 부처가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래 우리들이 부처임을 확인하고 되찾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별의 망념을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이 마음이 곧 부처이고,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이 이 마음이기 때문에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별망념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바로 이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리(道理)를 모르고 좌선(坐禪)을 한다고 하여 앉아 있는 것을 좌선이라고 한다면, 이는 좌선을 위한 좌선을 흉내를 내는 것이고, 또한 좌불(座佛)을 배운다고 하여 부처의 형상(形相)만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역시 좌불을 흉내만 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 염불, 화두, 명상을 하면서 부처, 행복 등 그 무엇도 구하지 않아야 하고 어떤 모양이나 형식에도 머물지 말아야 합니다.
 수도(修道)는 무엇을 닦아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닦아서 깨끗한 것을 이루어 놓았다 하여도, 닦아 놓은 것은 다시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참된 수도, 수행은 무엇을 닦는 다는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기도, 염불, 화두, 명상을 하는 것은 번뇌 망념이 일어나거나 일으키지 않기 위함입니다. 올바른 수행은 지금 이 마음에 분별이 일어나지 않고, 지금 이 마음에 싫어하고 좋아하는 삿된 마음이 없어야 합니다.
 특히 수행과정에서 얻어지는 심리적 안정이나 건강을 행복이라고 하여, 수행의 목적을 오직 방편에 두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기도, 염불, 화두, 명상 등 방편의 이름들은 비록 다르지만 그 의미와 뜻은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기도(祈禱)는, 빌고 빈다는 뜻인데 무엇을 어떻게 비는 것인가! 우리들은 흔히 자신의 건강과 행운을 위해서 또는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의 무사안녕을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자신과 가까운 가족에 국한하지 않고 생명 있는 모든 이들의 평안을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들도 또한 있습니다. 그러면 앞에서의 기도와 뒤에서의 기도는 무엇이 다른가? 기도를 한다고 해서 모두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위한 기도가 염원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실망과 불만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기도를 멈추거나 중단하게 됩니다. 혹은 기도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을 경우에도 또한 기도를 멈추거나 중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명 있는 모든 이들의 평안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들은 기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기도를 멈추거나 중단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두 가지 기도는 방법과 방편의 기도이지만 반야바라밀의 바른 뜻에 근거한 기도는 두 가지 기도를 융합합니다. 지금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도 이 마음이고, 생명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기도 하는 것도 이 마음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곧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곧 기도입니다. 그러나 기도가 곧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곧 기도라고  하여 기도와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기도가 없으면 이  마음도 없고, 이 마음이 없으면 기도가 없습니다. 지금 기도하는 것 그대로가 마음인 것입니다. 기도와 마음, 마음과 기도를 결코 둘로 나누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일체중생과 우주 그대로가 이 마음임을 바르게 보는 것이 참된 기도입니다. 나머지 염불, 화두, 명상 등 어떤 수행 방식을 길게 설명한다 해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