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교육을 걱정하며 ...
옛날에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서 나왔고 영남 인재의 반은 안동에서 나왔다."라는 말이 있다. 사마방목(조선시대 진사 합격자 명단)의 압도적 1위가 이를 증명한다. 또한 조선 유학의 양대 산맥인 영남학파의 중심이 안동이었음도 이를 말해준다.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안동은 경상북도에서 포항이나 구미, 경주, 김천 등을 제치고 서울대 등 명문대학에 가장 많이 진학시켜 안동을 '교육도시'라고 했다.
80년대 평준화 10년 안동시내 13개 고등학교는 나름대로 학교마다 5명 내외로 서울대를 비롯해 연고대와 포항공대 등 유명대학에 합격시켰다. 지금은 우수생이 모두 모인 학교에서도 서울대에 겨우 1~2명이 입학하거나 어느 해는 없을 때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산촌인 영양보다도 못할 때도 있다.
특히 1990년 교육의 안목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의 고집으로 뜻있는 교육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평준화는 해제되었고 이후 안동교육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이 시기부터 대학은 내신수준을 높여 가기 시작했고 현재 2011학년도 대학별 모집기준으로 볼 때 전체 모집인원의 60.8%를 선발하는 수시모집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전문대학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안동시내 각 중학교의 고교입시 지도는 대입내신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A여고의 꼴찌는 B여고의 일등, B여고의 꼴찌는 C여고의 일등, C여고의 꼴찌는 D여고의 일등이라는 도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A여고 졸업의 하위그룹이 지금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게 안동의 현실이며, D여고 졸업의 수위그룹은 가끔씩이나마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하는 이상한 현상이 지금 안동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대입제도의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중학교의 입시지도에 원인이 있다. 시내 중3학생들의 내신성적을 수합하여 한 줄로 세운 뒤 두부모를 자르듯이 순서대로 잘라서 고입원서를 쓰게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대입 내신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위 1, 2, 3등급 간에는 점수의 차등이 별로 없다. 이는 특목고 졸업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부차원의 배려이다. 하지만 중하위인 4, 5, 6... 등급부터는 등급 간의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진다. 소위 A여고 졸업의 중하위권 학생들이 눈물을 머금고 전문대학에 가야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A여고 최상위 그룹 이외의 학생들이 모두 내신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최상급은 아니더라도 중학교 때 상당히 우수한 성적이었던 학생들이 'IN SEOUL'을 못하게 되고, 다른 학교에 가면 상위 성적이 되어 'IN SEOUL'도 가능할 학생들이 전문대학을 전전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80년대에 나름대로 서울의 명문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내며 쟁쟁한 기세로 경쟁하던 안동시내 인문계 고교들이 중하위권의 신입생들만 받아서 입시다운 입시지도를 하지 못하여 손을 놓고 있는 개점휴업 상태가 십 수 년 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점이 바로 안동의 교육을 망치고 있는 주범이다.
하지만 금년에 D여고 출신의 학생이 대입수시전형에서 내신의 덕을 보고 연세대에 최종 합격하는 등 우수한 대학과 우수한 학과에 합격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내신 1, 2 등급만 합격하는 간호과에도 수시전형에 8명이 합격했다. 한편 A여고 중위권학생은 간호학과 수시전형에 원서도 낼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내신의 힘이다. D여고 학생일지라도 천신만고 끝에 수능 최저등급에 들게 되면 정말로 어깨에 힘을 주며 지방 학생들의 꿈인 'IN SEOUL'을 하게 된다.
내년에 서울대는 수시모집 80% 선발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를 따르고 있고 따를 것으로 예상이 된다. 수시모집의 뼈대는 내신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각 명문대의 수능 최저등급제가 도사리고 있다. 안동시내 고교의 우수학생 쏠림현상은 A여고 출신 등에게는 B, C 순으로 내신점수 부족 현상을 D여고 출신 등에게는 C, B 순으로 수능점수 부족 현상을 초래한다. 그래서 결국 함께 망해가는 징조가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수시전형 뿐만 아니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다양한 모집 때문에 학력우수생이 골고루 흩어져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 각 고교들이 각개약진하여 많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테지만 시대에 맞지 않은 특정학교 쏠림 현상 때문에 안동교육은 인근 문경, 영주, 영천보다도 훨씬 못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포항이 선발지역에서 평준화로 선회한 것은 내신 위주 입시변화를 현실적으로 잘 반영한 현명한 판단이다.
고등학교는 대학에 잘 진학하기 위한 과정이다. 당장 대학에 가보면 알겠지만 안동의 어느 특정고를 다녔다고 알아주는 시대가 아니다. 대학을 잘 갈 수 있는 길, 대학을 잘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평준화로 가는 길이 시간이 걸린다면 현재 시점에서 영주처럼 우수생을 학교별로 골고루 보냈으면 좋겠다. 이것이 안동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권택성
성창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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