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눈과 설법이 한마음이다.

 혜충 국사는 그 스님과 몇 번 얘기를 나눈 뒤, 화엄경의 세계가 말을 하고 중생이 말을 하고 삼세 일체가 말을 한다는 부처님 말씀을 예로 들었습니다. 삼세 일체가 말을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생명이 있는 유정과 나무와 돌멩이 같은 무정이 모두 설법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사람은 말할 수 있지만 돌멩이나 나무토막은 말을 못한다고 하고, 사람은 생명이 있지만 기계 같은 쇳덩이는 생명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은 오직 우리들 중생의 분별망념뿐입니다. 기계와 마음이 서로 소통하고 융합하는 원리는 4차 산업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주세계의 일체 존재들이 바로 마음이고 생명이며 자연입니다.  
 동산 스님이 혜충 국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마치고 위산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사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이에 위산 선사가 불자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습니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선사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부모가 낳아주신 이 입으로는 끝내 그대에게 설명해 줄 수 없다네.”
 부모가 낳아주신 입으로는 말을 하고 음식을 먹고 맛을 본다하고, 눈은 보고, 귀는 소리를 듣고, 코는 냄새를 맡고, 몸은 촉감을 느낀다고 할 뿐 눈이 소리를 듣는다고 하거나, 냄새를 맡거나, 말을 하거나, 촉감을 느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모가 낳아주신 이 입으로는 끝내 그대에게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입니다.
 “부모미생전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 부모에 나기 이전의 참 나는 무엇인가.” 즉 분별의 망념이 일어나기 이전의 참마음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모습이 있을 때는 보고, 모습이 없을 때는 못 보는 것이 아니고 모습이 있어도 보고 없어도 보며, 소리가 있어도 듣고 소리가 없어도 들으며, 냄새와 맛과 말, 촉감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냄새 맡고, 맛을 보고 말을 하며, 촉감을 느끼는 이 마음을 묻는 것입니다.
 결국 동산 스님은 위산 선사를 하직하고 운암 선사를 찾아가게 됩니다. 운암 선사는 풍릉 유현의 동굴에 머물고 있었으므로 동산 스님이 그곳으로 갔던 것입니다. 원래 운암 선사는 경을 두루 공부한 학인이었는데, 동굴에 들어 무정의 설법을 들으며 정진하는 도인이 분명했습니다. 동산 스님이 무정의 설법은 어느 경전의 가르침에 해당하는 것이냐고 묻자, 운암 선사가 '아미타경'의 ‘물과 새와 나무숲이 모두 불법을 설한다.’ 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얘기했습니다. 순간 동산 스님은 견처(見處)가 열렸고 그 감흥을 게송으로 읊조렸습니다.

정말 신통하구나, 정말 신통해, 무정의 설법은 불가사의하다네.
귀로 들으면 끝내 알기 어렵고, 눈으로 들어야만 알 수 있으니

 무정(無情)도 이 마음이고 유정(有情)도 이 마음입니다. 무정과 유정이 한마음으로 융합 융통하므로 무정과 유정이 바로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바로 무정과 유정입니다. 또한 보는 눈과 듣는 귀가 한마음으로 융합 융통하므로 눈과 귀가 바로 이 마음이고, 이 마음이 바로 눈과 귀입니다. 따라서 눈과 설법이 한마음이므로 눈으로 설법을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진원 스님
안동시 와룡면 매구네길 84 보현사